2012-07-31

내가 기독법률가 전국대회에 가져야 할 한 마음


송인호님이 기독법률가회(clf)에 게시물을 남겼습니다.


송인호 2012년 7월 31일 오후 3:51

기독법률가 후배님들께

여기 게시판에 글을 쓰는 건 처음인 듯합니다.
우선 인사부터 드려야겠네요.
현재 한동대 교수로 있는 송인호 변호사입니다.

어쩌면 전국대회를 이틀 남기고 다들 모처럼 반가운 형제, 자매님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설레어 있는 기분을 다소 차분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 같아서 글을 쓰는 것이 다소 머뭇거려지지만 얼마 전부터 계속 CLF 로스쿨공동체와 전국대회를 위해 기도를 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이 있어 나누고자 합니다.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 (히 10:25)”라는 말씀에 순종하여 우리 크리스찬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며 공동체에 대한 비전과 소명을 찾고, 서로 교제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법률가‘들은 그러한 교제를 함에 있어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마음의 각오와 훈련을 별도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 ’법률가‘들에게 있어서는 바로 이러한 인간관계가 법조지역에서 우리가 담당하는 ’업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2박 3일간의 전국대회 동안 친해졌던 조원들, 선후배들을 법정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사로 만났을 때 어떤 마음이 들지 생각해봅시다.

일단 처음에는 순수하게 매우 반가운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여러분의 의뢰인에게 판사 또는 검사, 또는 상대변호사와 여러분간의 친밀도를 일종의 ‘과시’(?)용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겁니다.

과시용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특별히 경각심을 갖고 자제하지 않는 이상 그런 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그런 이야기’ 자체를 하는 것이 특별히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 조차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자신이 맡은 사건이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변호사의 업무는 본질적으로 한쪽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대변하는 것이기에 대다수의 경우 자신의 의뢰인이 더 억울하게 생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내가 잘 아는 기독판사, 검사, 변호사를 재판에서 만나게 된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여러분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해당 판검사, 변호사의 전화번호를 불러내 이른바‘소정외 변론(?)’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비단 전국대회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속해 있는 로스쿨의 신앙공동체 멤버들, 선후배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을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떻게 보일까요?

이것이 흔히 언론을 통해 종종 지적되는 학연·지연 등을 이용해서 판결을 굽게 하는(또는 하려는) 모습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특히 비기독교인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거나 들었을 때, 과연 우리들의 교제와 만남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할까요? 결국 또 하나의 이익집단의 모임으로 치부하지 않을까요?

바로‘아, 나 저 사람 알아’라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 이것이 우리가 그렇게 지적해온 바로 법조계의 어두운 모습과 관행의 출발점인 것입니다.

우리의 모임이 또 하나의 이익집단의 모습으로 비추어져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으려면 우리의 모임 가운데 고도의 ‘정결함’과 모임의 목적에 대한 선명한 ‘사명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공과 사’에 대한 엄정한 구별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직 기성 법조계의 어두운 관행에 물들기 전에,

그리하여 스스로 부끄러워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 전에,

한 번 즈음 여러분들의 마음을 돌아보고 제가 말씀드린 이러한 유혹을 최대한 경계하고자 하는 마음의 결단과 각오를 다지시길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정말로 하나님이 보시기에 정말 기쁜 ‘새로운’ 법률가들로 태어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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