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9월 경찰은 아동청소년음란물 소지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벌이면서 영리목적이 없는 단순소지자도 적발하였다. 근거법령은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 제5항이다. 이 조항을 포함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성보호의 측면에서 아동과 청소년의 인권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가. 목적과 적용대상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합니다.)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처벌을 위한 절차와 최초 신고에서 응급조치와 지원내용과 아동 청소년에 대한 선도보호 등을 주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 법은 19세 미만의 자인 “아동ㆍ청소년”을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에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에 관하여는 별도의 처벌조항을 두고 더 무겁게(강간의 경우 10년 이상의 유기징역) 처벌하고 있어 일부는 제외가 된다.
나. 특례 조항
(1) 공소시효
특히 이 법에서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를 형사소송법에도 불구하고 해당 성범죄로 피해를 당한 아동청소년이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되고, 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되는 처벌을 위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법 제7조의3).
(2) 행위유형
그리고 처벌하는 행위유형은 전형적인 성범죄인 강간과 추행 이외에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ㆍ수입 또는 수출, 영리목적 배포, 단순소지 행위(제8조)와 아동청소년의 성을 매매하는 행위(제10조), 아동성매매나 음란물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아동청소년을 매매하거나 국내외로 이송하는 행위(제9조),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와 관련하여 강요하거나 유인ㆍ권유하는 행위(제11조) 등을 처벌하고 있다.
특히 장애가 있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간음은 폭행협박을 입증하기 어려우므로,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1조의2).
그리고 직접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장소제공 등을 업으로 하는 자나 알선한 자 등을 처벌하고 있다(제12조).
또한 아동청소년을 보호 감독해야할 의무가 있는 자가 자기의 보호대상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제12조의3).
다. 피해아동청소년의 권리 강화 - 변호인 선임권리 등 방어권 강화
물리적 정신적으로 약하여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이 피해자가 된 경우에 이 법에서는 더욱 많은 보호장치들과 함께 피해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른 소송법과 달리 미성년자임에도불구하고 법정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자기 사건의 피해를 방어하기 위하여 법률적 조력을 보장할 변호인을 직접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8조의6). 동조항의 미성년자인 성폭력피해자 및 장애인인 성폭력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2012년부터는 경찰수사단계에서 검사의 지정으로 국선 법률조력인이 지정되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피해자의 피해방어와 2차 피해 방지 및 실효성 있는 법률적 조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미성년자에 대한 변호인 선임권리를 부여한 것 이외에도 수사절차에서 특별히 배려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8조). 그리고 기존의 피해자의 권리를 보다 강화하여 영상물로 피해자의 진술녹화하도록 하여 수사나 공판절차에서 2차 피해를 예방하도록 하고 있으며(제18조의2), 필요한 경우 증거보전의 청구를 검사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제18조의3), 형사소송과정에서 피해자와 신뢰관계 있는 사람이 항상 동석하여 피해 아동청소년이 안정감을 갖고 수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8조의4). 그리고 재판장의 허가를 얻어 가해자에 대한 재판에 관한 서류ㆍ증거물을 열람 등사할 수 있다.
2. 이 법의 한계
가. 아동청소년의 형사절차상의 방어권의 한계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법에서는 성범죄 피해자인 아동청소년의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방어권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1) 변호인 선임권의 한계
이 법에 따라 미성년자인 성폭력피해자도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아동청소년 상대의 성범죄가 보호의무자인 가족이나 친척, 지인 등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는 실질적으로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할 법정대리인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법 제18조의6 ①항에서는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절차에 한하여 변호인을 선임하게 함으로써,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종료한 후에는 피해아동청소년은 다시 권리를 잃고 만다. 다시 법적으로 무능력자가 되어 민법 등에 정하여진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에게 보호받아야 하지만, 만약 그런 보호의무자들이 그 아동청소년을 정확하게 보호했다면 그런 범죄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인가? 많은 경우에 가해자에 대한 형사절차가 종료되면서 확실한 보호의무자가 없는 피해아동청소년은 다시 성범죄와 유사 피해에 노출되는 경우 권리보호에 한계가 있다.
(2) 가해자에 대한 형사절차에 권리 제한
법 제18조의5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과정에서 서류 등을 열람 등사 할 수 있지만, 조건으로 “재판장의 허가”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때 재판장이 허가하는 기준은 정하고 있지 않음으로 인하여, 재판장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성폭력피해자의 권리가 좌우되는 한계가 있다.
형사소송절차의 소송주체로 피해자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열람등사를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불허가하는 요건을 명시적으로 정하여야 피해자의 권리가 충실히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3.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죄를 통해 바라본 인권
가. 음란물의 해악
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결국 이러한 아동청소년음란물은 아동청소년을 존중받아야할 인격체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객체화 시켜 성욕해소의 대상으로 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대상이 되는 아동청소년은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사회가 신경써서 보호해야 한다. 또한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유포되고 그에 중독된 범죄자에 의해 일반 아동청소년도 성범죄의 대상으로 방치되는 위험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나. 입법과정에서의 논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단순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2007년 전면 개정되면서 추가되었다.
당시 국회회의록과 소관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한하여 ‘단순 소지’를 형벌구성요건으로 규정하여 처벌의 범위를 확장할 것인지, 아니면 현행(개정전)대로 ‘영리의 목적과 판매․대여 또는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경우에 한하여 법익침해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처벌할 것인지에 관하여” 논의가 있었고, “과잉규제이고 소지의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견해”도 있어 징역형은 제외되고 벌금형으로 입법이 되었다.
“마약 등 유해물의 단순소지를 처벌하는 입법례가 있고 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의 단순소지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제작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다. 법률의 규범력 획득
이와 같이 2007년부터 입법되어 아동음란물 단순소지죄가 처벌대상이 되었지만, 2010년 파일공유사이트를 처벌한 이례 처벌례는 없었다. 그러나 2012년초 각종 아동대상 성범죄가 (그 이전에도 정말 많은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늦게라도) 언론의 보도를 통해 이슈화되면서 경찰이 동조항에 대하여 적발을 하면서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순소지도 죄가 되는 것을 일반인들도 알게 되었다(사실 본인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음).
최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이 죄와 관련하여 경찰에게 신중한 법집행을 주문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들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게된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입법이 되고도 집행되지 않던 법에서 보호대상인 아동청소년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한 살아있는 법조항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포르노나 음란물에 대하여 관대하면서도, 아동음란물에 대하여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은 미국사회가 최근 우리사회가 겪은 비슷한 문제를 이미 겪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관점에서 인권을 바라보게 되면서 나온 일련의 조치 중 하나가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순소지죄이다. 이 죄에 대한 법집행과 사회일반인의 인식은 아동청소년의 인권을 바라보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4. 결 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담고 있는 내용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 알고 인식하고 있는가는 그 사회가 아동청소년의 인권을 얼마나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인용한 10. 26.자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아동청소년법보호법은 영리목적으로 제작해서 악의적으로 유포한 사람을 단속하는게 목적”이라면서 “경찰의 홍보나 계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위 기사). 영리목적을 처벌하는 같은 법 동조 제2항과 제5항의 단순소지죄와 혼동하여 지적하고 있다. 최근 이 죄에 대한 경각심이 없던 네티즌이 처벌받으면서 반대여론이 일자 무리한 지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국회의원조차도 아직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보호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인권의 내용도 잘 모르고 있는게 현실이다. 물론 이 법은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지만, 이미 입법된 내용이라도 우리가 엄정하게 집행하고 교육, 홍보하여 법이 지향하는 만큼만이라도, 우리 사회가 아동청소년의 인권을 인식하고 중요히 여기며 보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